[배우고] 아이들은 말하고 싶어한다.
- 등록일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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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말하고 싶어한다 " 이렇게 얘기하면 무슨 소리냐고 할 것이다. 하루종일 조잘조잘 귀가 아프도록 아이들은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더 말하고 싶어하다니... 그럼 어른들은 어떡하냐고 할 것이다. 그 많은 얘기를 다 들어주자면 하루도 모자랄 것이라고. 사실이 그렇다. 그러나, 아이들로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우리들 얘기를 정말 들어주고 있느냐고. 진심으로 얼만큼이나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그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큰아이가 유난히 화를 많이 내고 우울해했다. 왜 그러는지 까닭을 물어보니 엄마와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갔다 오고 숙제하고 씻고 잠자고. 그러는 사이 나와 아이는 정말 일상적인 대화밖에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가 무언가를 얘기해도 건성으로 듣고 아이보다는 내 일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아이는 그래서 언젠가부터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거다.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지 않고 건성으로 듣는 것을 아이는 온 몸으로 알아차린다. 그래서 부모가 자기를 거부하며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 자기는 그럴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기를 표현할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생활하면서 그렇게 억눌린 감정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표현이 되고야 만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표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아이들은 말하고 싶어한다. 말하지 않으면 행동으로 나타낸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그렇다. 밖으로 문제를 드러내면서 이래도 나를, 아직도 나를 사랑하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엄마아빠와 아기들의 마주이야기(지식산업사) 이책은 어른 손바닥만한 앙증맞은 책이다. 오랫동안 유치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마주이야기 교육을 해온 박문희 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아무 말이나 마구 하지 않는다. 하고 싶어 견디다 견디다 못한 말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자기를 알리는 말, 분하고 억울해서 이르는 말, 자랑하는 말, 이런 자기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동생, 식구들, 동무들, 자연, 이웃 이렇게 점점 넓혀 가는 이야기로 이끌어 간다. 실제로 아이들이 말한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은 마주이야기글과 그림들이 실려 있는데 보면 볼수록 아이들의 말이 갖고 있는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아이들의 마주이야기를 적어보았다. 아이들의 말을 열심히 듣고,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지만 한두 번 하다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어느 비 오는 날, 여섯 살 먹은 둘째 아이가 한 말이다. . 엄마, 지호 눈에는 비가 보여. 엄마 눈에는 안 보여도 지호 눈에는 보여. 아주 얇아.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여도 지호 눈에는 보여.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려오는 게 보여. 아주 얇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물방울 같은 게 내려와. 어린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 시라고 한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처럼 정말 한 편의 시가 아이의 혼잣말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 둘레에 볼 수 있는 것들이 무한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또 이렇게 말했다. 엄마, 참새는 한 수백 마리쯤 되지? 엄마, 꽃은 한 수백 개쯤 되지? 엄마, 전부 수백 개쯤 되지? 수백 마리, 수백 개, 수백 송이...... 몹시 더운 날, 걸어다니다가 그늘로 들어서면서 자기가 발견한 걸 이렇게도 얘기했다. 여기는 시원하네. 엄마, 땅이 밝은 데는 뜨듯하구 땅이 어두운 데는 시원한 거야. 큰아이가 여섯 살 때 동생 때문에 힘들어했다. 그러다 한 마디 했다. " 왜 어른들은 아기만 사랑하고 형들은 사랑하지 않아? " 어른들이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아이가 느끼는 현실이 진실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 또한 진실이다. 아이들이 무심히 하는 말인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들이 숨어 있다. 귀기울여 들으면, 어느 부모라도 그 아이의 상황을 알 수 있고 아이를 이해할 수 있다. 귀기울여 들어주면, 아이는 점점 더 잘 말하게 되고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마주이야기를 적어놓은 공책은 그 어느 책보다도 재미있고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다. 김혜정 • 연세대학교 아동학과 졸업 • 영어독서지도, 글쓰기 지도 전문과정 수료 • 아동문학 작가학교, 주게스토페디 유아음악 지도자 과정 수료 • 전 어린이 전문서점 ’미운 돌맹이’ 운영 출처: 매일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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