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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주부 우울증 뒤에 숨은 분노

등록일
2015.02.02
조회수
2303

06  주부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마음의 문제 중의 하나가 우울증입니다.

 꼭 정신과에서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아서 우울증이 아니라, 본인들이 그렇게 스스로 명칭을 붙이고 확신하며 그렇게 불러주길 원합니다. 

그러나 사실 공식적인 정신의학 진단체계 속에는 ‘주부 우울증’이라는 진단명이 없습니다.
그저 30-40대 정도 되는 주부들이 ‘우울하다’ 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이 호소하는 심리적 문제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이름이 붙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은 다분히 한국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흔히들 며느리 증후군, 아내 증후군, 화병 등으로 불리는 증상들도 모두 이 주부 우울증과 관계가 있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공식적인 우울증의 증상과는 다른 면이 많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까닭 없이 매사에 짜증이 나고, 모든 것이 귀찮고 하기 싫고, 가슴속에 뭔가 큰 쇠덩어리가 막혀 있는 것 같이 답답하고, 잠이 안 오고, 팔다리가 저리고 몸이 나른하고, 두통이 잦고, 한번 화가 나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어 오르고, 혼자 있으면 까닭 없이 눈물이 흐르곤 한다는 것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들입니다.

분노감에 초점을 맞추면 화병으로 불러도 무방하고, 명절을 즈음하여 더 심하게 나타나면 명절 증후군, 시어머니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며느리 증후군, 우울한 느낌에 초점을 맞추면 주부우울증 이렇게 상황에 따라 명칭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우울증’ 이라는 애매한 명칭은 가장 잘 통용될 수 있기에 주부우울증이란 명칭이 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신병자 취급받을까 두려워 다른 어떤 문제로 정신과 상담을 받기는 상당히 망설여지지만, 우울증이라고 하면 그래도 그나마 병원을 찾기가 수월합니다. 또 ‘우울증’ 이라고 하면 주변 가족들에게 얘기하기도 쉽습니다. “여보 나 우울증인가 봐” 이런 식으로.

이러한 증상들의 이면에는 분노감이나 의존성과 관련된 문제들이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울하다’ 라는 표현을 빌어 간접적으로 분노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증상이 애매 모호하게 표현되지만 본질적으로는 분노감을 수동공격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06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분노’일까요??

그것은 우리나라 ‘주부’의 생활반경을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남편,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 아이들, 옆집 아줌마 등입니다. 그 중에서도 영순위는 남편이며, 그 다음이 시어머니입니다.
한 마디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주부’ 로서의 역할과 결혼 환경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며 좌절하고 있는 것입니다. 화를 내야 하는데 화를 풀 길이 없으면 우울해집니다. 그러니 화병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어쨌건 분노는 표현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고는 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병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니 병은 또 다른 방식의 의사표현인 셈입니다.

심지어 죽음을 통해 표현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남편을 향해서, 시어머니를 향해서, 자신이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우울증’으로 시위를 하고 저항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남편이 아내의 그런 증상의 핵심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즉각 알아채고 아내의 화를 풀어 준다면 문제는 즉각적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개의 남편들은 그런 식의 미묘하고 간접적인 표현방식을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안다고 해도 모른 척 하기가 일쑤입니다. 아내의 그 우울증 뒤에 숨겨진 엄청난 분노의 뇌관을 감히 건드리기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잘못 건드렸다가나 자신이 수습할 수 없는 무엇이 터져 나올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갑자기 선물을 마련하거나 외식을 하자고 하거나, 아니면 병원에 가보자고 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아내는 남편이 그 부분을 건드려 주길 바라면서 남편 앞에서 계속 ‘우울증’을 호소합니다. 처음에는 넌지시 지나가는 말로 말합니다. “여보, 나 우울증인가봐” 하면서요.
남편은 계속 외면하며 딴전을 피웁니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더 강력한 표현법을 써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이따금씩 갑자기 남편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집안 일에 손을 떼고 자리에 눕거나, 죄도 없는 아이를 심하게 혼내고 짜증을 내거나, 괜히 이곳 저곳 병원을 다니며 이상이 없다는데도 계속 진찰을 받으러 다니고 약을 먹기도 합니다.
남편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해 주길 바라면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이런 표현과 남편의 반응이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면, 결국 수습하지 못할 부부위기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어찌 보면, 이것은 하나의 감정표현법이자 의사소통법입니다. 아내의 분노와 그 분노의 대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사소통법인 것입니다.
하지만 의사표현이 왜곡되어 있기에 잘 통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더 거시적인 측면 즉, ‘주부’의 역할과 관련된 문화적, 시대적, 현실적 여건들이 맞물려 있는 문제입니다.
때로는 성격형성과정에서 극복되지 못한 의존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주부들에게는 모든 것이 남편에게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에게 바라는 애정과 의존욕구가 너무 크고 그것을 다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부우울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러한 감정표현법의 의미를 안다면,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아내와 남편의 이해와 대응이 달라져야 합니다.
우선 아내는 자신의 증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스스로 분명하게 이해하고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라는 말처럼, 아내 자신도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사실은 알지만 자신도 애매해진 것뿐입니다.

남편에게 혹은 시어머니에게 무엇에 대해 화가 나 있는지 한번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정리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애매하지 않은, 보다 분명한 의사표현 수단을 사용해야 합니다.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아내의 그런 감정표현법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그저 짜증부리는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덮어만 두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내와 남편 모두 문제의 본질을 보다 전면에 꺼내 놓고 얘기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때 해결의 씨앗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출처: 매일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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